'병어'라는 생선을 처음 알게 된 것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추석에 할머니댁에 가서였다.
엄마가 요리해서 내오신 병어는
생선인데 이상하게 납작하고 우유맛이 나는 것 같고 비린 냄새도 나질 않아서
발라 주시는 생선살을 동생과 싸우듯이 받아 먹었다.
이듬해 추석에도 할머니댁 밥상에는 병어가 올랐다.
이듬해에도 또 이듬해에도..
그래 어린 나는 원래 추석에는 병어를 먹어야 하는 줄 알았다.
추석이 가까워오면 갈비찜이나 송편보다 병어를 더 기다렸다.
할머니 살아 계실 때 영 살갑게 굴질 못했던 나, 표현방법을 잘 모르시던 할머니...
멀리서 오는 손자 손녀 위해 제철도 아닌 병어 한 마리 마련해두시는게
그 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애정표현 방법이었다는 것을 그 때는 미처 몰랐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제는 우리식구끼리 조촐하게 추석을 보낸다.
그런데도 여전히 병어가 빠지면 웬지 섭섭한 마음이 들어서 엄마를 졸라 병어찜을 식탁에 올리곤 한다.
이번 여름에도 제철을 맞아 싱싱한 병어를 사다 얼려 두었다가
추석에 찜을 만들었더니 진짜 추석 같았다.
내게는 참 특별한 병어찜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내게는 참 특별한 병어찜
재료 병어 1마리(손바닥 2개 정도 크기의 큰 것), 홍고추 1/2개, 식용유, 참깨
병어밑간 간장 1큰술, 청주 1큰술
양념장 간장 2큰술, 고추장 1큰술, 물엿(올리고당) 1큰술, 다진마늘 2작은술,
쪽파 2대, 참기름 2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양념장은 병어 상태를 봐가며 넣어주시고
남은 양념장은 매콤한 두부조림이나 버섯구이에 활용하시면 됩니다 :)
+ 물엿(올리고당)의 양은
양념장을 만들면서 살짝 맛을 봐서 취향껏 가감하세요.
+ 제가 사용한 병어는 크기가 아주 커요.
작은 병어라면 2마리 분량 정도 될 것 같네요~ 참고하세요. ^^
+ 조기나 도미 등 흰살 생선을 활용해서 만드셔도 맛있답니다~
병어는 가운데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입 바로 밑을 갈라 내장을 빼낸다.
(전 무서워서 이거 못해요.ㅠㅠ엄만 잘하시던데.... 대신 살 때 가게에서 다듬어달라 말씀드리면 해줍니다~)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 물기를 빼고 칼집을 넣은 다음 밑간 양념을 골고루 발라둔다.
병어에 밑양념이 스며드는 동안 양념장을 만든다.
키친타올로 병어의 수분을 닦는다. (기름이 튀지 않게~)
달군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타지 않게 굽는다.
한 쪽 면이 노릇하게 잘 구워지면 한 번에 뒤집고, 준비한 양념장을 바른다. (가스불은 계속 켜 있는 상태...)
생선을 들어 흘러내린 양념장을 나무주걱을 이용해 아래로 밀어넣어가면서 아랫면을 익힌다.
내열접시에 꺼내어 나머지 양념장을 골고루 바르고,
전자렌지에 넣어 3분정도 돌린다. (각 가정 전자렌지마다 사양이 다르니 봐가며 하세요.)
완성된 병어찜은 양념이 생선껍질에 코팅된 듯한 느낌이면서도 적당히 촉촉하다.
(엄만 이걸 짜작짜작하다고 표현하심)
썰어놓은 홍고추 올리고 참깨 솔솔 뿌려 내면 된다.
윤기 흐르는 병어찜~
살짝 달큰하고 짭쪼롬한 양념장과 부드럽고 담백한 병어살이 아주 잘 어울린다. :)
더 많은 음식 이야기를 보시려면
기린나무의 게시물을 스크랩, 재게시 하실 때에는
편집 없이 원본 그대로 가져가 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제 진심어린 글과 사진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상업적,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함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