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남해에서 살고싶다..

pradaseo 2012. 4. 24. 16:49

이 아름다운 봄날에 벚꽃터널을 지나며 눈을 호사시켰으니 이제는 마음을 호사시킬 차례, 쌍계사를 지나 칠불사로 가는 길목 어디엔가 있다는 찻집 관향정을 찾았다. 간판도 없는 찻집이 오죽하랴.. 소리울님께서 미리 답사를 하셨다 하시고 또 일행 중에 지난 가을에 와서 묵었는데 기가막히게 좋았다는 이야기를 해도 벚꽃이 더 좋으리라고 속으로 그리 생각하면서 물어물어 겨우 찾아간 곳...

 

아뿔싸!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길에서 다소곳하게 돌아앉은 기와집으로 들어가는 대문도 없는 길에서 그만 주저앉을 뻔 하다.

내가 꿈속에서 살고 싶었던 바로 그런 집이 아니던가! 아님 전생에 살아본 집이던가!

 

봄이 막 오시는 것 같은 정원을 가진 그곳을 들어서며 마음이 편안하고 작은 기쁨으로 설레었다.

어찌 이리 빈틈없이 정갈할꼬! 안주인이 버선발로 맞으러 나올 것 같은 이 댁의 쥔장은 어떤 분일까?

 

인기척이 들리니 안에서 우리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고상한 부인이 바쁜 차림새로 나오신다.

다원 주인이신 이호영 선생이시란다.

신을 벗고 마루 위로 올라섰는데 역시나... 잘 정리된 다기와 그림들, 소품들과 책...

 

안내받은 다실로 들어서는데 이게 뭐야! 누가 종이를 이리 어질었나 하는 순간!

머릿속에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우수수 낙화하며 장판위에 내려앉았다.

작은 조각의 흰 한지는 장판을 땜질한 흔적이었다.

 

그리고 눈을 휘둥그레 하게 한 벽을 장식한 서화들.... 

 

감탄할 사이도 없이 차를 준비할 동안 찜질방에서 잠시 쉬라는 말씀..

미로같은 마루를 지나니 작고 아담한 따끈하게 데워진 황토찜질방이 있었다.

넷이 모두 벌러덩 누워 묵지근 하던 허리를 지졌다.

  

차가 준비된 다실...

차와 함께 차를 우리고 난 찻잎으로 만든 전까지...

 

웬수같은 붉은 동백과 매화가 찻상에 멋들어지게 올라있다.

쥔장의 센스에 화답을 하려면 시라도 한 수 읊어야 할 것 같았는데 손은 곳감말이에...ㅋㅋ

 

몸이 더워진다는 매화꽃차를 마시고 취해서 바라본 다기와 창밖에 꽃나무

 

 

 

방을 돌아보고 돌아보아도 감탄만 나온다.

차를 마시러 오신 지인들께서 주신 작품들이라고...

  

   

이선생님께서 주시는 여러 종류의 차 맛을 보며 여기서 하루 묵을걸 하는 생각이 저절로 났다.

음식 솜씨도 일품이시라는데 다음엔 꼭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어보리라...

 

 

 

 

 

 

 

 

 

 

날이 더워져 쪽문을 젖히니 마당에 봄빛이 가득하다.

흐드러진 벚꽃 터널을 지나왔건만 한옥의 툇마루에 비친 햇살이 이리 따스하게 느껴지다니...

 

 

 

후밀리아, 어린아이같이 방과 문 사이에 걸터앉다.

예전 같았으면 어르신들께 꾸중을 들었을 자세이지만 손자를 둔 할매같지 않게 예쁜 모습이다.

하긴 예전 같으면 어르신이라 불리울 나이다.

 

찜질을 더 하라는 이선생님의 말을 마다하며 다시 길을 나서는데 어찌 이리 가기 싫을꼬...

 

 

벚꽃 흐드러지게 핀 나른한 봄날...

자카르타 아줌마들 마음을 봄바람이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고 있다.  서영진

 

내려오는 길은 대만원.. 쌍계사를 건너뛰고 박경리선생의 토지에 나오는 최참판댁으로 가는 길...

카메라로 모자라 아이폰까지... 카톡으로 이 찬란한 봄날의 표정을 자카르타에 보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