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름은 하나 별명은 세가지. 뱀장어

pradaseo 2012. 8. 15. 12:42

장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와 강을 오가는 뱀장어, 유逅� 때 강으로 올라와 5~12년 정도 생활한 후 산란을 위해 심해로 이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워낙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일생을 강이나 바다 한군데에서만 지내는 경우도 있다. 식용으로 소비되는 뱀장어는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실뱀장어를 그물로 잡아 양식한 것이 대부분이다. 뱀장어라는 이름보다 민물장어, 풍천장어, 우나기(일본어)로 많이 불린다.

사진=쿡쿡TV

풍천장어라는 말은 지명에서 따온 것이 아니다. 바닷물을 따라 강으로 들어가는 뱀장어가 육지 쪽으로 부는 바람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바람풍(風)자와 내천(川)자를 사용했다. 보통은 전라북도 고창군의 인천강에서 잡히는 뱀장어를 지칭한다. 서해와 인천강이 만나는 지점에 풍부한 먹거리가 형성돼 장어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다른 지역보다 좋은 품질의 장어가 잡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뱀장어는 구이로 가장 많이 즐기고 찜과 튀김, 밥에 얹어 덮밥으로도 먹는다. 요리를 할 때는 특유의 비린맛을 제거하기 위해 생강, 청주 등을 첨가한다. 철 성분이 풍부하여 빈혈과 골다공증을 예방하기도 하며 비타민 B1, B2가 들어있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정력을 증강시키는 뮤신과 콘드로이친 성분 때문에 남성들이 선호한다.

다른 장어에 비해 가시가 적어 먹기 편하고 지방질이 많지 않아 담백한 것이 뱀장어의 특징이다. 두툼하고 고소한 붕장어 구이와 대조적으로 깔끔한 감칠맛을 뱀장어 구이에서 느낄 수 있다. 숯불에서 특제소스를 발라가며 구운 맛은 ‘천하제일’이라 칭해도 아깝지 않다. 혀에 닿는 순간 사르르 녹으며 사라지는 부드러운 살점에서 후각을 자극하는 참숯 향이 깊게 배어 나온다. 미각으로 달콤한 특제소스 맛을, 촉각으로 촉촉한 살점을, 후각으로 향긋한 숯 냄새를 느끼고 나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사진=쿡쿡TV

고급 식재료지만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잘 어우러진다. 밥에 얹으면 장어 덮밥이고 롤에 얹으면 장어롤이 된다. 찌면 장어찜, 끓이면 장어탕이다. 까다롭지 않은 것이 맛과 영양까지 좋다. 복날 보양식 재료로 으뜸이다.

다만 가격이 문제다. 다른 장어에 비해 유독 비싼 뱀장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생각하면 장어 중에 유일하게 양식이 가능해 가장 저렴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뱀장어 양식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한 장어 양식을 하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다른 나라에서 하는 장어양식은 민물로 올라오는 실뱀장어를 잡아 키우는 것이 전부다. 즉, 실뱀장어를 많이 잡지 못한다면 양식 뱀장어를 마음껏 키워낼 수 없는 것이다.

올해 뱀장어 가격도 심상치 않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에 의하면 “근래에 실뱀장어 포획 량이 많지 않아 양식 장어 구경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삼복더위에 보양식으로 찾는 사람이 늘어나며 1kg당 5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없어 못 팔 지경이라고.

마음껏 먹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런 마음이 장어구이 한 점 먹었을 때 폭풍 같은 감동이 밀려오게끔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