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날카로운 이빨로 개처럼 물어 갯장어

pradaseo 2012. 8. 15. 12:36

뾰족한 주둥이 안에 긴 송곳니와 날카로운 이빨을 숨기고 있는 갯장어, 생김새만큼 습성도 사나워 아무것이나 잘 물어댄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에서도 ‘개의 이빨을 가진 뱀장어’로 묘사한 것을 보면 그 성질을 알만하다. 흔히 하모(はも)라는 일본어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엄연히 갯장어라는 한국 명칭이 있다.

갯장어보다 하모라는 명칭이 익숙한 이유에는 아픈 역사가 내제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일제강점기 때 한국에서 잡히는 갯장어를 일본으로 전량 빼돌리기 위해 ‘수산통제어종’으로 지정했다. 때문에 한국인으로서는 가까이 할 수 없는 어종이었다. 수탈의 역사 일부분이 갯장어를 한국인에게 생소한 어종으로 만들었다.

보통 갯장어는 회나 데침회로 먹는다. 회는 몸체의 껍질을 벗기고 내장과 머리, 몸통뼈를 떼어낸 다음 깨끗한 천으로 몸체의 수분을 제거한 뒤 잘게 썰어 먹는다. 잔가시가 많아 숙련된 솜씨로 손질된 회를 먹었을 때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각종 야채와 함께 초고추장에 버무려 회무침으로 먹어도 맛있다.

갯장어 데침회(일명 유비키)는 다른 보양식 부럽지 않을 만큼 맛과 인기가 좋다. 갯장어의 지방은 고도 불포화지방산으로 고혈압 등의 성인병 예방이나 허약 체질 개선, 원기회복에 특효다. 껍질에는 콘드로이틴이 함유돼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관절 조직을 원활하게 한다.

데침회를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찍어먹으면 회로 먹을 때보다 훨씬 육질이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맛을 낸다. 크게 썰어놓은 양파 위에 장을 찍어 데침회 한 점 올리고 부추를 곁들여 한입에 넣으면 꿀맛이다. 볼거리도 있다. 잔가시를 발라내고 잘게 부수기 위해 낸 칼집이 갯장어가 끓는 물에 들어가는 순간 꽃처럼 활짝 핀다. 흔히 하모(はも)꽃이라 부르는 그것이다.

사시사철 즐기는 붕장어와 달리 갯장어는 6~8월 사이에 잡힌 것이 맛이 좋다. 다른 계절에는 수심이 깊은 바다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어 잡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잡는다 하더라도 제철 이후에는 잔가시와 척추뼈가 억세져 회나 데침회로 먹기보다는 장어즙으로 만들어 먹는다.

주로 한국 서남부 해안에 분포하는데 2012세계박람회를 개최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여수가 산지로 유명하다. 여수시 봉산동에 위치한 갯장어 거리에 가면 다양한 맛의 갯장어가 있다. 산지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가격은 그날 시세에 따라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