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의 내로라하는 네 종가의 며느리들이 모여 만든 곰섬나루는 태안·서산지역의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농가맛집이다. 갯벌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인 함초와 양파 등을 토속음식에 접목한 것이 특색이다. 이 집에는 4년 묵힌 함초청과 전통 간장, 태안의 명물 꽃게로 담근 함초간장게장이 특별하다.
태안의 향토음식인 개국지의 감칠맛도 일품이다. TV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돼 유명해진 게국지는 원래 가을걷이 후 남는 자투리로 만든 소박한 음식이다. 작은 게, 배추, 젓갈, 새우 등 버리자니 아깝던 재료들을 모아 탄생한 알뜰음식이다. 참여할 수 있는 체험도 다양하다. 향토음식 만들기 체험 이외에도 갯벌, 염전, 모형항공 체험 등이 가능하다.
소설 <상록수>의 배경인 충남 당진의 ‘상록수’에는 소설에 나온 음식을 재현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충남 서산의 소박한 밥상은 새벽부터 내린 콩물, 손수 고운 조청, 방앗간에서 막 짜낸 날들기름 등으로 맛을 낸 특별한 소박함이 매력이다.
자연의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귀의 휴식을 얻고자 한다면 전북 순창의 ‘장구목’, 충북 괴산의 ‘얼음골 봄’이 있다.
장구목은 자연산, 그것도 당일 잡힌 민물고기가 없으면 손님을 받지 않는 옹고집 주인 덕에 민물새우라도 잡혀야 가볼 수 있는 독특한 맛집이다. 직접 채취한 죽순, 다래, 오디와 보리수 등 그때그때 가장 좋은 재료로만 음식을 준비한다. 교통이 불편해 한적한 것도 장점이다. 음식 만들기 체험을 하며 장구목 여울의 오묘한 바위모양을 감상하는 것도 큰 재미다.
얼음골 봄은 괴산지역 사람들 사이에는 흔한 풀이지만 약재로 쓰일 만큼 몸에 좋은 지칭개와 박달산의 약초로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대표메뉴인 지칭개약초오리백숙은 쌉싸래한 지칭개와 약초를 넣은 오리에 찰옥수수를 얹어 맛을 더한 최고의 보양식이다.
은은한 향기에 취해 코의 휴식을 얻고자 한다면 전남 보성의 ‘차향 머문 보성예가’, 경북 안동의 ‘안동화련’이 있다. 보성예가의 음식에는 보성 녹차의 모든 것을 입 안에서 느끼게 해주는 차향이 머문다. 제철의 싱싱한 어패류를 금방 딴 녹차 잎으로 버무려 만드는 ‘녹차회’는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세상 밖으로 나온 종부의 손 맛
안동화련의 대표메뉴인 화련정식은 연잎에 오곡과 연자, 대추, 은행을 넣어 무쇠 솥으로 찐 연잎밥에 산야초와 연근으로 만든 반찬이 곁들여진다. 쌀을 불리는 데만도 5시간이 소요되며, 애벌로 밥을 한 후에도 다양한 고명이 뿌려져 웬만한 인내심 없이는 만들기 힘든 음식이다.
곱게 싸인 연잎을 풀면 그윽한 향의 연잎밥에 비린내가 없는 간고등어를 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다른 별미인 연저육찜은 돼지 오겹살을 연잎에 싸서 찐 다음 들기름에 볶고 특제 소스로 마무리한 요리다. 이곳에선 음식뿐 아니라 음식 만들기 체험과 연꽃농원 감상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선비의 가르침과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담긴 음식으로 머리의 쉼을 얻고자 한다면 강원 강릉의 ‘서지초가뜰’, 경북 영주의 ‘무섬골동반’이 있다.
강원도 강릉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싱싱한 회와 초당순두부 정도다. 하지만 어머니 손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강릉 난곡동의 서지초가뜰도 꼭 들러야 할 음식명소다.
서지초가뜰의 주 메뉴는 창녕 조씨 명숙공의 종가에서 농번기와 농한기에 일꾼들에게 대접하던 ‘농사일 바라지 음식’을 상품화한 것이다. 모내기 할 때 일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대접한 ‘못밥’과 모내기가 끝난 후 일을 도와준 마을 사람들을 위한 잔칫상을 재현한 ‘질상’이 그것이다. 모밥은 팥밥과 미역국, 마늘잎에 쪄낸 꽁치, 포식혜(어포를 잘게 썰어 만든 식혜), 두부찜 등으로 차려진 순박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밥상이다. 질상에는 모를 내고 남은 볍씨로 가루를 내 호박고지와 감고지, 팥, 콩, 쑥을 함께 넣어 시루에 쪄낸 ‘씨종지떡’이 추가된다.
물위에 떠있는 섬과 같다 해서 이름 붙여진 무섬마을에서는 선비의 가르침이 담긴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의 한 끼 식사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퇴계가 백성과 제자들과 나눔 속에서 공경하고 양보했던 마음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