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부산 현지로 밀면 벤치마킹 여행을 떠났다. 다음날 본격적인 밀면 탐구에 앞서 오늘 저녁은 깔끔한 곳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해운대 센텀시티 인근의 월남쌈 샤브샤브 전문 레스토랑 코코샤브다. 사전 정보가 없어서 사실 별 기대를 안 하고 방문했다.
음식문화에 일가견 있는 지인 부부가 메뉴판에 있는 모히또(mojito)를 주문했다. ‘모히또 5000원’. 지인 부부는 식당 직원에게 모히또를 주문하면서 라임을 넣어 주냐고 물어봤다. 라임을 사용하지 않은 모히또는 제대로 된 모히또가 아니라고 한다. 모히또는 헤밍웨이가 쿠바에 거주했을 때 하루에 8잔 이상 즐겨 마셨다는 럼주를 넣은 칵테일이다. 라임이 충분히 들어간 모히또를 난생 처음 마셨다. 상큼하니 단 번에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갈증을 다스리기에 딱 좋은 음료수다.
하드보일드 소설을 대표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독특한 세계관을 지닌 작가다.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참전했고, 아프리가 여행 중 두 번이나 비행기 사고를 겪었다. 쿠바에 수년간 거주하면서 집필활동에 전념할 때 저녁이면 바에서 현지인과 모히또를 즐겨 마셨다. 헤밍웨이는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기로 유명하다. 그대로 이야기하면 주정뱅이였다.
- 잉그리드 버그만
모히또를 연상하면 쿠바를 배경으로 한 소설 ‘노인과 바다’가 떠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페인 내전을 다룬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더 좋아한다. 소설이나 영화 모두 탐독했다. 고등학교 때 읽은 소설도 괜찮았지만 영화에서 마리아역의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반했다. 마리아 역의 잉그리드 버그만은 청초하면서도 야성적이었다. 특히 짧은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원작자인 헤밍웨이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가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 마리아역으로 잉그리드 버그만을 적극 추천했다. 그 모습이 연상되어 나는 지금도 긴 머리보다 짧은 머리의 여성이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
불꽃의 여인 잉그리드 버그만
잉그리드 버그만(1915~1982)은 불꽃처럼 살다가 간 열정의 여인이었다. 스웨덴 출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카사블랑카와 가스등 등 영화에 출연하면서 허리우드에서 상한가를 친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다. 버그만은 미국에서 인기와 명예, 재산 등 전부를 얻었다.
그러나 그녀는 일반 여배우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달랐다. 2차 세계대전 후 생생하고 거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에 반해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에게 편지를 보내 이탈리아로 건너가 영화 현장에 뛰어 들었다.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영화 단 두 편을 보고 나서다.
패전국인 이탈리아 신사실주의 영화의 자본과 환경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로운 영화 정신과 세상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과 자의식은 상업주의 허리우드 영화와 관점이 달랐다. 그러나 그녀의 이탈리아에서 영화 활동과 사생활은 결코 성공적이지 못했다. 유부녀인 잉그리드 버그만은 유부남인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과 결혼해서 많은 사람의 비난과 질책을 받았다. 재산과 가족, 명성 등 모든 것을 다 잃었다. 허리우드에서는 잉그리드 버그만을 외면했다. 수년 후 로셀리니와 결혼도 파경에 이르렀다.
이탈리아에서 작업한 영화들도 평론가에게 좋은 평을 얻지 못했다. 흥행도 참패했다. 그렇지만 허리우드의 형식적인 스튜디오 영화를 버리고 영화에 대한 진지함으로 열정을 바친 그녀는 진정한 배우였다. 용감한 여인이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묘비에는 "그녀는 생의 마지막까지 연기를 했다“고 써있다.
월남쌈과 모히또의 언밸런스한 조합
‘모히또 < 헤밍웨이 <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 잉그리드 버그만’으로 비약이 좀 심하지만 모히또를 마시면서 정말 오래간만에 잉그리드 버그만이 떠올랐다.
음식 이야기로 돌아와서 월남쌈은 생각보다는 꽤 수준급이다. 여성들이 더 좋아할만한 먹을 거리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고기의 질도 양호한 편이고 쌈채로 나오는 채소는 신선했다. 가격도 양호하다. 제공되는 3가지 소스는 월남쌈과 샤브샤브에 모두 잘 맞는다.
월남쌈과 모히또는 좀 부조화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다. 호치민과 피델 카스트로의 조합… 오늘은 어째 비약이 좀 심한 것 같다. 시간이 없어 모히또를 한 잔만 마셨지만 좀 여유가 있다면 좋은 사람과 어울려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마냥 마실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런 시간적 느슨함이 언제 올까. 열정의 여인 잉그리드 버그만도 이미 이 세상에 없고 모히또를 즐겨 마셨던 괴팍한 성격의 헤밍웨이도 이제 기록으로만 남았지만 언제가 쿠바에 간다면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La Bodeguita Del Medio)에서 오리지널 모히또를 원 없이 마셔보리라. 잉그리드 버그만과 어네스트 헤밍웨이를 추억하면서 말이다.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510 051-747-7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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